엄청나게 오랜만이다.
2023년이 마지막 글이었으니 2년 만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외적으로는 승진도 하고 부서이동도 하고 혼자 살게 되고. 내적으로도 성장을 많이 했다.
그러나 글을 쓰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빠서가 아니라 외롭지 않았어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함이고, 그 감정은 주로 아주 유서 깊은 근원인 외로움에서 오기 때문이다.
글을 다시 쓴다는 것은 또다시 외로워서 우울해졌다는 뜻이겠지. 외로움이라는 것은 단순히 누가 내 곁에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라는 사람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어 외롭다는 뜻이다. 심지어 나 자신마저도.
난 외로움을 바쁨으로 달랜다. 지난 부서에서는 또래 동료들에게 갓생의 사람으로 불리었다. 퇴근하면 운동을 하고, 또 달리고, 대학원을 가고, 집에 돌아와서도 공부를 하다 쓰러져 잤다. 나에게는 항상 이 악물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사람들에게는 그게 갓생으로 보였나 보다.
이때는 외로움을 바쁨으로 달랬다는 건 그냥 결과론 적인 얘기고, 이렇게 했던 이유는 인정받고 싶어 결핍을 채우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도 채워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과정을 인정한 게 아니라 결과를 인정하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써놓고 보니 강박에 미쳐 날뛰는 사람 같지만ㅋㅋ 그때는 꽤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게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정받고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은 동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아.. 23년과 24년. 꽤 괜찮게 지냈었는데. 그때도 여러 감정이 많아 혼란스러웠지만 바빴고 할 일도 많았기 때문에 잠식되어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근데 지금은... 24년 말부터 마음이 힘들어지더니 다시 일어서질 못하고 있다. 좋아하던 책들도 읽지 못하고 있다. 눈이 글자를 따라 굴러갈 뿐 머리에 들어가질 않는다. 그 와중에도 하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다시 읽었는데 그건 꽤 괜찮았다. 나중에 독후감을 써봐야지.
하여간 스트레스를 꽤 받는 것 같은데 그것을 승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술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못 찾고 있다. 사실 취미고 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날씨 때문일까?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긴 것 같은 느낌이다. 눈도 너무 많이 오고, 해도 너무 짧고... 그나마 스트레스 풀이로 동네를 뛰어다니던 것을 못하고 있다. 확실히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 마음도 건강하지 않다.
이 겨울이 어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바쁜건 이미 시작되었다. 개강도 하고 훈련도 감사도 각 두개씩이나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닌데, 스트레스가 걱정된다. 나 잘 견딜 수 있겠지... 내 정신을 위해 여기 일기장에 내 마음을 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