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톡, 탄뎀, 그리고 친구 사귀기.
사실 헬로우톡이랑 탄뎀은 써 봤던지가 꽤 되었다. 헬로우톡은 거의 2~3년전에 썼었고, 탄뎀은 작년 이맘때쯤 깔았던 것 같다. 지금은 둘 다 삭제했다. 이유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 뭘 진득하게 못 하는 편이라.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말걸어서 너무 부담스럽기도 했다... 아마 이 글에 정보는 별로 없을거다. 게다가 나는 영어를 갈고 닦고 공부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냥 영어로 수다 떨 친구를 사귀려고 사용했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시라.
내 기억으로는 헬로우톡은 더 학구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나는 절대 먼저 말을 못 거는 타입이라(엄~~청나게 겁쟁이임) 헬로우톡은 좀 힘들었다. 맨날 남들이 올리는 SNS만 눈팅했었는데, 어쩌다가 미국에서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단톡방에 초대받아서 들어갔었다. 잠깐 말 하다가 영어도 너무 딸리고 할 말도 없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했던 기억이 난다. 분위기는 좋았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도 엄청나게 강한 사람들이고 영어를 물어봐도 전문적일 정도로 대답도 해줬었다. 그러나 나는 한국인이라 한국어를 구사 할 뿐이지 어법이나 어휘는 심각하게 딸리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누가 뭐라고 한것도 아닌데 혼자 쫄아서 삭제.
웃긴건 헬로우톡에 여자들이 너무 예뻐서 친구한테 '여기 예쁜 사람이 참 많다' 하고 보여줬는데, 그 사진이 다 여자 아이돌들 사진이었던 것이다. 무대 사진 말고 본인이 셀카 찍어서 어딘가에 올린 것을 누군가 도용한 모양이다. 아이돌 문화를 아예 모르는 나인지라 한국인들은 정말 다 예쁘군 이라 생각하며 본인 사진이라고 굳게 믿어버렸고 친구가 그걸 보고 엄청나게 웃었던 것이 생각난다. 근데 그런 계정들이 꽤나 많았다. 다들 조심하시길. ㅋ
탄뎀은... 너무 무서웠다. 탄뎀은 가입하려면 본인 사진을 올려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마침 며칠 전 친구랑 단양 갔을때 선사시대 박물관인가 거기 곰 뼉다구 옆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던 것이 있어 그것을 올렸다. 그랬더니 메시지가 미친듯이 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매 분마다 사람들이 말을 걸었던 것 같다. 나는 살면서 관심을 받아 본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관심을 받으니 정말 무서웠다. 왜 다들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거야!!!! 메시지를 보내지 마!!!! 하지만 보내주니까 기분이 좀 좋은데!!!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남자들이 친구하자며 말을 많이 걸었는데 내 사진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도 잘 안가는 사진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찝쩍대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사진이 말 걸기 만만해서(...) 그랬던 것 같다. 매우 평범한 사진인지라 말 걸기가 다들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쨌든 나한테 말을 걸었던 사람들은
->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외국 출신의 남자
->외국에 거주하지만 한국 문화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 공부를 이미 하고 있는 외국 출신 여자
요렇게 나뉘었다. 남자들은 보통 한국 대학이나 대학원에 공부를 하러 오거나 직업을 구해서 이미 한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게 너무 심심해서 그런지 친구나 여자친구 사귀기가 목적인 듯 했다. 처음에는 좀 짠하긴 했다. 가족이 외국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어, 외국에서 혼자 있는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알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코로나 때문에 더 했을 것이다. 집에 갈 수도 없고 가족을 볼 수도 없고... 근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사람들은 한국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느껴졌다. 한국에 있는데도 한국어를 별로 배울 생각도 잘 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자꾸 어디에 사냐고 물어보고 같이 놀자 뭐 이런 얘기를 해서 차단.
물론 아닌 사람도 있었다. 파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남자 학생들이 쫌 있었는데, 한국의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었다.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고 간단한 한국어는 가능한 듯 했다. 아무래도 대학에서는 한국인들과 친해지기가 어려워(내가 대학 다닐 때 맨날 둘이서만 뭉쳐 다니던 외국인 교환학생이 생각난다. 그 때 말을 좀 걸어볼 걸~) 앱을 사용해서 친구를 사귀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듯 했다. 밈을 주고받거나 세상이 얼마나 살기 싫고 숨쉬기가 귀찮은지 등의 말을 주로 했는데 꽤 잘 통했다. 한국어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했으나 자꾸 음성으로 가르쳐 달라고 해서 촘 부담스러웠다. 얼마든지 글은 고쳐주겠지만 음성으로 보내는건 좀 부끄러워서 계속 미뤘는데 왜 내가 부담스러워 하는지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야기를 며칠 이어 나갔었는데 내가 탄뎀을 안 쓰게 되어서.. 지금은 더 좋은 언어 교환 친구를 구했을 거라 생각한다.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친구가 되면 그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어 실력을 높이는 것에 좀 더 목적을 두는 듯 했다. 그러나 가장 큰 장벽은... 다들 K-드라마나 BTS 얘기만 한다는 것이다. 젠장! 나는 둘 다 관심이 크게 없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미안하지만 나는 그것에 큰 관심이 없다. 대신 한국어를 하는 것은 열심히 도와주겠다' 이런 이야기만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관심사가 맞지 않으니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난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그렇게 잘 하진 않아서+영어도 딸리니 매번 말을 고쳐주고 왜 아닌지 설명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ㅜㅜ 그래서 매번 채팅을 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여자분들은 대부분 배려심이 있고 매너 있게 채팅하는 편이다. 아마 관심사가 맞으면 좋은 친구를 사귀고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진짜 이상한 사람도 있었다. 탄뎀은 내가 활동중이면 앱에 활동중이라고 남에게 뜬다. (인스타그램처럼) 그래서 내가 활동중인데도 자기 메시지에 답장을 안 해 주면 읽지도 않고 답장도 안하는 너는 나쁜놈이라고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보통은 대답을 않으면 그냥 다른 사람을 찾을텐데 나에게 화를 내더라! 차단을 하긴 했지만 소심한 나는 기분이 정말 별로였다. 그냥 무례한 사람은 차단해버리고 잘 맞지 않는 사람은 대답을 안하면 됐는데 왜 모두에게 답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건지. 사진 도용도 많다. 참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그렇다.. 나는 순진한 사람...아니 발전을 모르는 사람..) 너무 고화질이거나 예쁘고 잘생긴 사진이면 사진 도용을 의심 해 보자. 사진만 도용하면 괜찮은데(?) 자꾸 다른 앱에서 말하자고 한다. 차단을 때리자.
좋은 친구도 사귀었다. 나는 현실에서도 여러 사람들이랑 가볍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탄뎀에서도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사귀자 그냥 탄뎀을 지웠다. 이 친구는 페루에 사는 페루인인데, 한국에 관심이 있고 관심사가 비슷해(락 음악, 게임등을 좋아함) 수다를 떨다 보니 친구가 되었다. 탄뎀에 들어가면 매일 새로운 메시지가 오는 것이 스트레스 받아 친구에게 한국인 되고 싶으면 lol 대신 'ㅋㅋㅋ'쓰고 왓츠앱 말고 카카오톡 쓰면 된다고 했더니 즉각 깔더라. 너는 이제 99퍼센트 한국인이야라고 말해서 어깨를 하늘 높이 올려줬다. 지금은.. 거의 지구 반대편에서 형제를 찾았다는 느낌으로 친해졌다. 그렇지만 나의 영어 실력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어려운 문장은 번역기를 돌린다. 한 3~4시간 정도 말을 하다 보면 뇌가 안돌아 가니 그만 말하자고 할 때도 많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영어로 말을 하는게 전보다는 좀 덜 두렵다는 정도? 사실 이건 뻥이고 언어적인 면에서 장점은 별로 없다. 내가 영어 공부 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항상 의사 소통 되는 정도로만 만족했기 때문.
그래도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언어를 쓰며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은 꽤 재미있는 경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적도, 성별도, 모든것이 다 달라 보여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 것도 즐거워 하는 것도 의외로 비슷하다. 나는 한국에서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편인데(극강의 내향맨이다) 이렇게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페루 친구 이야기는 다음에 더 써봐야지.